(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거포 유격수' 이재현(22)의 통산 41번째 홈런은 역전 결승 만루 홈런이었다.
그와 동시에, 데뷔 후 처음으로 서울 잠실구장 펜스를 넘겨 의미를 더했다.
이재현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방문 경기에서 2-3으로 끌려가던 9회초 무사 만루에 타석으로 향했다.
두산과 앞선 2경기에서 안타를 하나도 때리지 못했던 이재현은 이날 경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가 8회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리고 9회 가장 결정적인 순간, 타석을 맞이한 것이다.
이재현은 2볼 1스트라이크에서 두산 박신지의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밋밋하게 몰려서 들어오는 걸 놓치지 않았다.
힘차게 돌아간 방망이는 공을 정확하게 때렸고, 타구는 115.4m를 날아가 잠실구장 외야 관중석에 안착했다.
단숨에 경기를 6-3으로 뒤집은 만루 홈런이었다.
이재현의 시즌 8호 홈런이자, 올 시즌 3호 홈런이다.
이재현은 지난달 1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23일 만에 홈런 손맛을 봤다. 그때도 만루 홈런이었고, 재개한 홈런포 역시 만루 홈런이다.
경기 후 만난 이재현은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투수가 (고효준에서 박신지로) 바뀌었다. 이진영 코치님이 '(몸에서) 가까운 쪽 코스를 노리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하셨다. 제 생각도 그랬고, 그것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갔다"고 했다.
9회에 때린 역전 만루 홈런은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꿀 순간이다.
이재현은 "당연히 좋았다. 홈에 들어오니 (구)자욱이 형이 손가락을 하나 펴고 있더라"며 "제가 잠실에서 홈런이 없었다. 이제까지 홈런을 못 치다가 크게 한 번 나왔다. 자욱이 형이 평소 '잠실에서 홈런 쳐봤나'라고 놀리곤 했다"며 웃었다.
잠실에서 처음 쳐본 홈런이라, 맞는 순간에도 넘어갈 건 확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재현은 "일단 (최소 희생플라이로) 점수는 나겠다 싶었다. 외야 수비가 멈추는 걸 보고서야 홈런인 것을 알았다"고 했다.
시즌 초반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줬던 이재현은 감각을 꾸준히 이어가지 못한다.
그는 "직구에 늦게 방망이가 나올 때가 많았고, 인플레이 타구가 나와야 할 경우도 파울이 돼서 카운트가 불리해졌다. 그래서 (카운트가) 유리할 때 좋은 결과를 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삼성은 여전히 중위권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간다.
이재현은 "순위는 신경 안 쓴다. 선수들은 그저 매일 이기려고 하고, 저는 아직 어리니까 형들 따라서 열심히 뛸 뿐이다. 그저 다른 팀과 격차가 크지 않다는 것 정도만 생각한다"고 말했다.